윤동주의 밤
inamigination 2010/05/12 07:33

지난 토요일 조병수 선생님의 초대로 양평 사후리의 '땅집'에서 열리는 '윤동주의 밤' 시낭송회에 갔다.
땅집은 조병수 선생님의 하버드 건축 대학원 시절 석사학위 프로젝트로 제안했던 '땅 속의 집'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 학창 시절 꿈꾸었던 그 집을 현실 속에 지어 그는 그 땅집을
그가 평소에 흠모하던 시인 윤동주에게 바치노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크게 알려 소문이 나기를 원치 않으니 지인들과 더불어 조촐한 시간을 나눌 뿐이다.
이번 행사는 땅집을 지어 정식으로 '윤동주' 선생에게 마음으로 헌정하고자
윤동주를 기리는 시인들을 초대하여 시낭송의 밤을 갖게 된 것이다.




한 시인이 '거꾸로 고개 숙인 집'이라는 제목으로 '땅집은 하늘집'이라는 인상깊은 표현을 했다.
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지만 하늘은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보니, 그래서 땅집은 하늘집이다..라는.
마치 무덤처럼, 관처럼 땅 속에 지어진 이 소박한 공간에 눕는다면
마치 액자 속에 보이는 하늘처럼 소박한 하늘 그림이 다가올 것이다.
원대한 하늘이 아닌, 딱 땅 크기만큼만 빌려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다 볼 하늘..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집, 더도 덜도 말고 딱 '한칸' 크기의 방에서 누리게 될 행복..
땅집은 손에 잡히는 행복을 가르쳐주는 집이다.
또 한 시인이 윤동주의 '자화상'을 읊었다.
나는 좀더 밤이 깊어진 시각에 땅집에 홀로 누워 '별헤는 밤'을 읽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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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_윤동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