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은하계를 넘어서

classtalk   2008/08/14 23:13


내가 지도를 맡고 있는 홍대 시각디자인과 시각환경디자인 전공의 4학년들- 방학임에도 졸업작품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전시는 11월이지만 1학기와 2학기를 잇는 여름방학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성공적인 졸업전시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만큼 방학 중에도 2주일에 한번씩 만나 작업진행 상황에 대한 크리틱을 진행하고 있다.
17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일일이 개별면담을 진행하자니 수요일 4시 반부터 시작한 크리틱은 결국 8시 반까지 이어졌다.
(6시가 되어 학교 강의실 에어컨이 중단됨에 따라 학교 앞 '크리스피 크림'으로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

이번 4학년들의 졸업작품으로 제안된 사안 중 특기할만한 양상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변화에 관심을 둔 주제들이 눈에 뜨인다는 점이다.
시각환경디자인 전공의 주관심사인 '브랜딩'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주제로 한
보다 본질적인 사안에 대한 연구를 졸업작품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는 새로운 현상은
선생으로서의 나의 도전감을 부추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구텐베르크의 은하계를 넘어서'는 4학년 아형의 졸업작품을 위한 연구 주제로,
졸업작품을 대신하여 '논문'을 한 편 쓰길 원하였는데,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은 이러하다.
1962년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그의 저서 <구텐베르크 은하계(The Gutenberg Galaxy)>를 통해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발명에 따라 '책'이라는 막강한 활자 미디어의 출현으로 사회전반에 걸친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한 바 있다.
이후로 30년쯤이 지난 1993년 노르베르트 볼츠(Norbert Bolz)는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Am Ende der
Gutenberg-Galaxis)>라는 저서를 통해 활자 미디어의 종말을 선언하며 인터넷과 뉴미디어의 출현을 예고하였다.
이후로 다시 15년이 지난 2008년, 볼츠가 예견하였던 '미래'를 몸소 경험하고 있는 아형의 입장에서는
그가 가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 대해, 그 시대에 맞는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논문을 통해 스스로 한번 예견을 해보고 싶어진 것일 것이다.    
오랜 세월 '활자'에 의존하던 미디어 파워가 디지털의 일상화에 따라 '이미지'라는 또다른 막강한 미디어의 축이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온라인 네트워크'와 '동시간성'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중심으로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이미 확인된 많은 가정들을 근간으로 한 '그 무엇(그는 이것을 '블랙박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에 대하여,
자기 스스로의 상상력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다.

크리틱의 마지막 순서로 남아있던 아형과의 토론은 결국 끝간 데 없이 이어졌는데-
미래사회를 주도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말과 글 대신 상호간에 인지할 수 있는 상태
(주파수 또는 무선 인터넷 송신과 같은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의 '경험'을 두뇌와 두뇌가 직접 송신하고 수신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 나아가서는 디지털 데이터로 압축된 인간을 전송하여 재조합하는 '공간이동'의 가능성,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0과1로 이루어진 정보저장의 최소단위인 '비트(bit)'와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최소단위를 파헤치는 '양자학'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그러한 시대가 도래했을 때 뇌를 제외한 인간 육체의 존속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논란과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에 대한 구원의 문제까지..
(이 지점에서 구원이라는 '비논리적인' 주제가 개입되는 것이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던지
아형은 "교회나 열심히 다니세요.." 라는 말로 내게 조소어린 일격을 가해왔다..)

어제의 토론은 구텐베르크의 은하계의 끝을 시작으로 새롭게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08/08/14 23:13 2008/08/14 23:13
dreaming 2008/08/19 17:00 P X R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1986년 Eugene F. Provenzo라는 이가 쓴 <Beyond the Gutenberg Galaxy>라는 책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제목과 출판사 이름 이상의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흠... 내용이 몹시 궁금하다. 노르베르트 볼츠가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Am Ende der Gutenberg-Galaxis)>를 쓴 것보다 7년이나 앞선 시점에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넘어서'라는 내용의 책을 썼다는 것이니.

Provenzo, Eugene F. Beyond the Gutenberg Galaxy. Microcomputers and the Emergence of Post-typographic Culture. New York: Teachers College Press,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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