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디자인
article 2008/11/12 16:05
<정글> 11월호의 특집인 '굿디자인은.......이다'에 대한 원고를 쓰느라 독일 출장 중 하루 이틀의 밤잠을 줄여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결코 글로 태어나지 못했을 생각이다...
굿디자인은 효율적인 삶의 시스템과 개성있는 삶의 스타일을 가능하게 한다
이나미 글_
바쁜 일상 속 매일같이 점심메뉴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해결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우선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생각해야 하고, 이왕이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건강과 규모있는 삶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면 직접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매일매일 비싼 돈을 지불해가면서 인공조미료가 잔뜩 들어가 있는 음식을 사먹기보다는 조금 번거로워도 건강을 위해, 또한 의미없는 지출을 막기 위해 직접 싸가지고 다니는 점심도시락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하여, 주말마다 엑스트라의 시간을 투자하여 한 주일의 먹을거리를 계획하여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여 간편히 점심도시락을 싸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건강하고 규모있는 삶에 대한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 잘된 도시락 통이다.
세상에는 모양과 색상, 크기와 구조가 다른 다양한 도시락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도시락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먹고난 빈 도시락을 가지고 돌아올 때의 번거로움이다. 가지고 갈 때야 점심 끼니를 해결해줄 기대로 기꺼이 그 무게와 부피를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먹고난 후에도 여전히 같은 부피로 존재하는 빈 도시락은 여간한 골칫거리가 아니다. 여기에 저녁 약속이라도 생긴다면 빈 도시락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사무실에 두고 가자니 다음날 점심을 싸올 수 있는 방편이 없어지고 들고 다니자니 귀찮은 건 차치하고라도 저녁내 남들에게 보여질 모습이 도무지 마땅치가 않다. 외모와 스타일에 민감한 젊은 세대라면 바로 이 점이 끔찍하게 느껴져 어렵게 결심한 도시락 싸기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변변치 못한 도시락 통 하나 때문에 이 모든 결심을 그르치거나 고민하고 갈등하는 삶이 반복될 수 있다.
삶이 아무리 괴로워도 도시락으로 인해 비롯된 모든 문제는 도시락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책이 있다는 삶의 진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이 잘된 도시락 통 하나쯤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간단하다. 내용물이 없을 때는 도시락의 부피가 간결하게 줄어들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부피가 적은 도시락을 찾아야 하니 보온 도시락은 포기하는 쪽이 마땅하다. 도시락을 쌀 때는 밥통과 반찬통이 따로여도 먹고난 후에는 큰 통 안에 작은 통이 들어가도록 되어있는 도시락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도시락이 가지고 있는 최초의 부피는 여전히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
조그마한 살림집 한 채 정도의 규모를 지닌 '북촌 생활사 박물관'. 우연한 기회에 방문을 하게 된 이 곳에서 나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디자인의 도시락을 만났다. 얄팍한 참고서 한 권 크기의 양은 도시락은 높이를 만들어 줄 4개의 '벽'이 조립식으로 되어있었다. 사용할 때는 4개의 벽을 세워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먹고난 후에는 벽을 뉘여 도시락의 높이를 4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는, 너무도 명쾌하게 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시락이었다.
1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의 납작한 도시락이라면 노트북 컴퓨터 가방 안에 넣어도 전혀 티가 나지 않을 크기다. 도시락으로 인해 삶의 스타일이 구질구질해보일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삶의 시스템을 자랑할 수 있을 만큼이다. 그와 같은 도시락을 생각해낸 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의 디자인은 도시락으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돌보려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삶의 시스템을 제공하며 세련된 모습의 삶의 스타일을 가능한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그의 도시락에 굿디자인 마크를 붙여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