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

classtalk   2008/09/04 17:16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엔 학부 4학년의 시각환경디자인 수업이,
그리고 밤에는 산미대학원의 시각디자인론 수업이 있다.
이번 학기부터 시각디자인과는 E동에서 R동으로 이사를 하여 수업을 한다.
대학원은 이미 두 학기 전서부터 R동으로 옮겨와 수업을 했지만
학부는 어제의 수업이 R동에서의 첫수업이었다.

R동 7층 강의실 창문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문헌관 건물은 내게 남다른 감회를 불러 일으킨다.
학생시절 처음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였던 문헌관 10층.
10년이 훨씬 지나 학교로 돌아와 디자인을 가르치기 시작하여 지난 10여년간을 드나들던 E동 10층.
문헌관이나 E동이나, 아무도 그것을 흠잡아 홍대 디자인과의 명망을 폄하한 적은 없지만
디자인을 공부하기엔 너무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 지어진 R동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단히 뛰어난 환경이냐 하면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다닥다닥 무계획적으로 늘어난 그간의 건물들의 옹색함을 한방에 커버하기 위한
무슨 '특수장치' 같은 위압감을 풍기며 과시하듯 정문을 가로막고 서있는 R동의 정서를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문들끼리 푸념삼아 나누곤 하던 '홍대는 원래 그래..'라는 말.
그 말의 이면에는 이런 뜻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좋은 환경을 누리며 살지 못했어도 우리에겐 훌륭한 스승과 뛰어난 선배들이 있다.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서도 우리는 재능과 실력에 의지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최후의 몇명이 되어야 한다.. 라는.
가난한 집 엄한 부모 밑에서 생활력 강한 아이들로 자라난 듯한
그간의 홍대 디자인과 동문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이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듯 하다.
낡고 허름하던 실기실을 떠나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현대식의 건물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던 시절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후배들이여, 또한 제자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무엇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려 하는가.


2008/09/04 17:16 2008/09/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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