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아침의 '결정적인 순간'
inamigination 2009/07/02 09:55
오전의 첫 회의가 인사동 비엔날레사무실에서 있는 것을 빌미로
오랫만에 종로에서 바라보는 비오는 아침의 정취를 즐길 계획을 세워본다.
한 40분 가량 일찍 도착하여 아직 손님이 뜸한 던킨도너츠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주문한다.
거리로 향한 창가에 앉아 최근에 읽던 책과 카메라를 꺼내든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기 전에 먼저 거리를 향해 대여섯장을 연속으로 눌러댄다.
물론 '찰칵' 소리는 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이에게도 사진이 찍히는 이에게도
어떤 의미에서든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강조하는 것은
나의 사진찍기 작업에 위배가 된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무음' 모드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순간과의 인연은 화면 속에 멋진 주인공을 만들고 멋진 레이아웃을 탄생시킨다.
나의 사진찍기는 화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찍고 싶은 순간에 가급적 여러 번 셔터를 눌러댄 후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빙식이다.
물론 트리밍이나 크롭은 하지 않는다.
순간과의 인연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내게 기술이나 감각이 아니라
나의 손가락이 셔터를 누른 순간 카메라 프레임 속에 뛰어 들어 정지된 피사체들과의 인연이다.
후에 알고보니 나와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사람이 있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물론 그도 알 것이다.
내가 그의 흉내를 내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가 말한 '결정적인 순간'이란 그만의 사진찍기 방식이 아니라는 걸.
사진을 찍다보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사진찍기의 본질에 대한 그의 발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는 걸.
커피도 좋고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도 좋았다.
지난번 혼자만의 여행 때 시작하였던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미스 론리하트>를 좀더 진행하였는데
막 재미가 붙으려는 즈음에 책을 덮어야 했다.
회의시간 5분 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