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의 달인, 복어알을 삼키다

inamigination   2009/01/14 23:02


잡지의 한 코너에 소개된 기사를 우연히 발견, '지라시 스시'를 먹으러 찾아갔던 동교동 로터리 스시겐은
어느덧 수 년째 남편과 내가 즐겨 찾는 단골 일식집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지라시 스시를 내 마음에 꼭 들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곳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곳의 대표인 멋진 '스시의 달인'이 계시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스시바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다양한 빛깔과 맛, 식감의 신선한 생선을 먹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 스시의 달인이 들려주는 음식에 얽힌 다양한 경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연말의 어느 스산한 저녁, 어쩌다 점심을 거르게 된 남편과 나는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스시겐에 갔다.
사케잔을 기울이며 미식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는데, 스시의 달인께서 나타나 특별 안주인 '마른 복어'를 권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푸신다.   

상식으로 알고 있듯 복어는 독을 지닌 생선이다. 그중에서도 복어의 알에 들어있는 독은 치사량에 달한다.
언젠가 주문받은 복어탕을 끓여냈는데, 손님이 그를 불러 항의하기를 복어탕에 복어알이 들어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경험이 부족한 종업원이 모르고
그가 미리 제거해놓은 복어알을 도로 탕에 넣어버린 것이었다. 그로서도 도무지 대책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순간적인 달인의 기지를 발휘하여 자연스럽게 탕 속의 알을 건져 먹으며 이렇게 손님을 안심시켰다.
"손님, 이 알은 동태알입니다. 복어탕에 함께 넣으면 맛이 좋습니다..." 

그렇게 임기응변의 상황은 일단 마무리가 되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주방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곧 온 몸에 퍼져나갈 독을 토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무리 해도 토해지질 않자, 이번엔 거꾸로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면서 독이 희석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는데...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스시의 달인도 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곧 다가올 것만 같던 죽음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오랜 세월 복어를 다루며 많은 실험을 거듭해오는 가운데 그의 몸에는 조금씩 복어의 독이 쌓여왔던 것이고
어느덧 그 독에 대한 내성이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라면 10여분 안에 증상이 발생,
수 시간 안에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달인의 경우는 달랐다.
결국 달인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노력의 세월이 그를 살렸던 것이니,
이러한 점이 또한 그를 '달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그는 가끔 섹소폰을 연주한다.
썩 잘 부는 실력은 아니지만, 음식의 '맛'은 삶의 '멋'과 통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그 멋을 아는 손님과 그 맛을 나누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엔 사진찍기와 포토샵에 심취해 계신다. 사진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은
음식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과 다르지 않은 일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며칠 전 스시의 달인께서 남편과 나를 찍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멋지게 꾸며 이메일로 보내 주셨다.
어느 밤 늦은 시각 '냉장고의 모터소리'와 함께 빈 주방에 앉아 포토샵에 심취하고 계셨을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From: 김성태 <ehsushi1@naver.com>
Date: Sat, 10 Jan 2009 23:04:11 +0900
To: hozee kim <dreaming@baf.co.kr>
Subject: 즐거운 외식중에서

사납게 추운 날씨네요 안녕하세요?

지금은 다 퇴근하고 냉장고 모터소리만 고요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사진  많이 흔들려서 조명찰영한 것 중에서 한 컷만  건졌어요 .

포토샵 공부한 것 더듬더듬 서툴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다음에 더 공부해서 멋진 사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좋은 꿈 꾸시고 내일 행복한 가족 시간 되세요.  

 
2009/01/14 23:02 2009/01/14 23:02
달인은 역시 2009/01/16 13:47 P X R

생사를 넘나들 정도는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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