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 숨은 철수
inamigination 2009/01/10 01:51
철수를 만났다.
마지막 그를 본지 한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나 나나 계획하고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문득 번개로 만나게 된 것이 그때이고, 또 지금이다.
그를 처음으로 눈여겨 만나게 된 것은 '안개' 때문이었다.
97년(98년일 수도 있다) 학교 '표현기법' 강의 시간에 과제로 발표하는 그 무슨 내용인가에
그는 류시화의 '안개 속으로 숨다'를 낭독하며 커튼 뒤로 숨었다.
나무 뒤도, 안개 속도 아닌 강의실 '커튼 뒤'로.
그 뒤로 오늘까지 그는 영화에 대한 꿈 하나로
언젠가 자신이 만든 영화의 '막'을 열 그 날을 기다리며
'커튼' 뒤에 숨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여덟살짜리 아들의 아버지가 된 철수.
이젠 제법 성숙한 분위기가 배어나는 철수.
제자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기분도 나쁘지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기금을 탔고
3월에 드디어 자신의 영화가 크랭크인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를 숨기고 있던 커튼이 열려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낼 날이 다가오는 것이다.
커튼이 걷히면 그는 또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겠지.
인생이 그에게 던질 또다른 숙제를 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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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안개 속에 숨다_류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