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꽃밭

familytalk   2009/02/02 18:30


어머니는 내가 전화를 하거나 집에 들르면 늘 조급해 하신다.
"너 바쁜데 어서 끊어라." "너 힘들 텐데 어서 가서 쉬어라."
잠깐이나마 나의 시간을 축내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설 전날 잠깐 들러 부엌에서 이런저런 일손을 거드는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신다.
당신이 짬짬이 그려놓은 그림을 내게 보여주고 싶으시다는 거였다.
우리 집 세 딸이 모두 '미술'과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재능이 다 어디서 온 거겠는가만
어머니는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홀로 그리는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테크닉이야 어떻든지 그림 안에 배어있는 어머니의 감수성은 보는 이의 마음을 푹 젖어들게 한다.

어머니가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사용하고 계시는 방은
어릴 적 우리 자매들이 피아노를 연습하던 방이다.
아직도 어릴 적 피아노가 놓여 있는 그 방에 그간의 작품들을 좍 펼쳐놓으니
어머니는 마치 꽃밭에 앉으신 양, 당신 스스로가 이름 모를 어여쁜 한 송이 꽃이 되신다.

어머니의 그림은 어머니의 못다 펼친 시간들에 대한 회상이다.
우리 세 자매를 위해 모든 것 다 내어주시느라
어머니 자신을 위하여는 정작 꾸어보지조차 못한 꿈이다.

나를 위해 좍 펼치셨던 그림을 다시 차곡차곡 포개놓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젊었던 시절의 어머니가 꾸었을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내가 지고 있는 빚에 대해 생각해본다.
모든 어머니들에 대해 모든 자식들이 지고 있는
도저히 갚을 길이 없는 그 빚에 대해 가슴이 뻐근해지도록 생각을 해본다...




2009/02/02 18:30 2009/02/02 18:30
sumi lee 2009/02/03 11:05 P X R

울엄마가 나보다 훨신 더 painting을 잘하시는것 같아~~장한 어머니~~
우리들의 영원한 inspirational 샘물~

dreaming 2009/02/03 13:27 P X R

우리 엄마가 만일 지금 시대에 태어나 당신의 스스로의 삶을 사실 수 있었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셨을까..? 궁금해..

ium 2009/02/03 21:50 P X R

언니~ 이 사진 정말 좋다!!
엄마 그림 정말 좋은거 같아..

dreaming 2009/02/05 15:41 P X R

좀처럼 한자리에 하기 어려운 우리 세 자매가 여기서 다 모였네..!
^_^

내친 김에 사진 한두장 더 올려놓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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