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약

inamigination   2008/10/13 07:55


5시 반.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노트북 앞에 앉으니
머리와 몸이 월요일 모드에 맞추어 새롭게 열린다.
푹 잠을 자고난 다음의 새로워진 몸은 마치 '선물'과도 같다.
넉넉히 휴식을 취한 난 뒤 편안해진 몸은 다시 정신에게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명철함을 나누어 준다.

2007년 1월의 결심-
일욕심으로 잠에 인색했던 오랜 시간 동안의 습관을 과감히 버리고
내 몸이 하자는대로 넉넉히 잠을 베풀어 주자..는
해를 넘겨 오늘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체와 정신 사이에 새로운 협조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요즘은 몸이 피로하면 무조건 만사를 내려놓고 잠을 잔다.
이와 같은 습관은 육체와 정신 간에 새로운 계약관계를 성립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또한 흥미롭기 짝이 없다.
바로, 육체가 '갑'이요, 정신이 '을'인 계약관계이다.

몸이 피로해지면 전 같으면 어떻게든 정신의 힘으로 버틸 수가 있었는데
요즘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 없이 몸이 하자는대로 잠을 잘 수밖에 없게 된다.
충분한 잠으로 넉넉해진 몸은 전날밤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이른 시각부터 스스로 잠을 깨어 제 할 일을 위해 앞장을 선다.
정신을 깨워 맑은 물로 세수를 시켜 맑고 초롱초롱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러고는, 전날 밤 지지부진하던 일을 너무도 신속하게, 너무도 명철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육체가 이끄는 정신과의 새로운 협조체제를 관찰하며 나는
오랜 세월 정신의 힘으로 육체를 윽박지르던 일이 얼마나 우매한 일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인간의 정신이 아무리 고매한 것이어도 정신을 담는 육체의 사정을 돌보지 않는다면
정신이 홀로 무슨 일을 이루어갈 수는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와 같은 사실을 더 늦지 않게 깨닫게 해준 나의 정신에게 감사한다.
편히 잠 재워주기만 나면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듯 제 할 도리를 열심히 해주는 나의 몸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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