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링크 놀이
inamigination 2008/09/21 10:26내 머릿속의 이런 저런 폴더들을 열거나 닫으면서, 또한 새로운 많은 생각의 폴더들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인데
한가지 일을 생각하다 보면 그것으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생각의 연결고리들이 발생을 하고,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 연결고리들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괴로움을 어쩌지 못해 고민하다가는
잠시 딴 길로 갔다가 돌아올테니 제발 사라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나머지 연결고리들을 모두 머리 속에 띄워 놓고는
우선적으로 어느 한 고리를 쫓아가다 보면 또 발견하게 되는 수많은 생각의 연결고리들..
혼자서 하는 놀이임에도 마음이 급하고 쫓겨
'위키백과'에 의하면 '하이퍼링크(Hyperlink)는 모든 형식의 자료를 가리킬 수 있는 고리이다. 예를 들자면 동영상, 글, 음악, 그림, 프로그램, 파일, 글의 특정 위치 등을 지정할 수 있다. 이는 하이퍼텍스트의 핵심 개념이며, HTML을 비롯한 마크업 언어에서 구현하고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나의 하이퍼링크 현상은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바프의 지난 작업들을 기록한 사진, 캡션들을 찾아 연도구분을 더한 제목을 만들며 폴더 정리를 한다... 이 폴더와 저 폴더 사이에 중복되어 있는 내용을 확인하느라 사진을 열어 보다가 추억의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와 진설 패키지 작업을 할 때의 사진이다. 수없이 많은 목업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작업을 진행하던 여형과 종수를 그 앞에 앉혀 사진을 한 장씩 찍었는데, 그 때의 모습, 그때의 시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지난 순간에 애틋함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지난 작업과 더불어 바퍼들의 모습을 남기는 일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 지난 사진 중 이와 같은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찾아 한 폴더에 모아 놓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이 사진을 baflog에 올려 주리라 생각하여 블로그를 연다... 그러다가 이번 호 <함께 사는 사회>에 여형팀장의 '꿈을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를 포함시키기로 한 생각이 나, 그 글과 함께 올려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이 되어 잠시 기다리기로 하고 생각난 김에 일단 자료들만 한 자리에 모으기로 한다... 머리 속 기억의 폴더를 더듬어 가며 CD를 보관해놓은 가방을 열어 해당 년도, 또는 해당 프로젝트의 제목을 찾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라는 생각에 나의 itunes 폴더에 필요한 음반들을 복사해넣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뒤죽박죽 쌓여있는 음반들을 뒤지다 보니 내친 김에 쌓여있는 먼지를 닦아내고 장르별로 음반을 구분하여 정리하는 일에 잠시 몰두한다... 그러다 문득 지난번 구하려고 했던 음반이 생각나 다시 노트북 앞으로 옮겨 앉아 교보문고 온라인 사이트를 연다... 음반 하나만으로는 금액이 부족하여 배송료를 물게 되니 필요했던 책도 한두권 골라 함께 주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도서검색을 시작한다.... 아형의 졸업작품의 주요 자료인 노르베르트 볼트의 저서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끝에서> 책을 검색하나 여전히 절판 상태이다... 그 책 대신 지난번 구입하였던 <컨트롤된 카오스> 생각이 문득 나 부분부분 읽던 책을 집어 들고는 화장실로 간다. 마음이 급해 '보류해두었던 일(?)'을 해결하는 동시에 몇 페이지 더 진도를 나가보리라 생각한다... '카오스'에 대한 볼트의 생각은 나를 지배하던 그간의 많은 생각들이 근거없는 고정관념이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며 이와 관련된 머릿속의 수많은 연결고리들을 끌어낸다... 가만, 지난번 일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와 관련하여 메모해두었던 많은 생각들이 있었는데 그 노트가 어디 갔더라? 갑자기 그 노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며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들 사이, 노트북 가방 속, 심지어는 그때의 여행가방까지 다시 찾아 뒤지기 시작한다...
결국 내 머릿속에 띄워놓은 하이퍼링크의 화면들은 도저히 어떻게도 정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리고, 이때쯤엔 가족들의 '밥 언제 먹을거야'의 질문에 대해 '응, 10분만 더..'라는 대답이 더이상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나의 이 고질적인 하이퍼링크 놀이를 과감히 끊어야만 함을 깨닫는다. 나에게 온전히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이 한 삼일만 주어진다면 최소한 '한 세션의 하이퍼링크 놀이'에 대한 결론은 볼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남기며.
(결국 이 모든 과정을 글로 남기겠다는 지점까지 나의 하이퍼링크 놀이는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다..T-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