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 4_paradise
travelog 2009/06/23 23:26
화창한 햇살에 눈을 뜨니 여전히 바다가 눈 앞에 있다.
잠자리에 누워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다니 (어젯 밤 하늘에는 별이 무수하게 떠있었다..!)
불쑥 떠난 여행에서 어떻게 이런 행운을 만났을까도 싶다.
주인의 센스가 느껴지는 브렉퍼스트 부페도
바다를 마주하고 느긋하게 먹는 아침식사도 모두 마음에 든다. (게다가 손님은 나 혼자 뿐이다..!)
나는 여기저기 다니기보다는 이곳에서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계획을 세워본다.
휴일날 집에서처럼 세수도 안한 채 여유롭게 아침을 즐긴 후
바다가 보이는 나무욕조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기로 한다.
창문을 열고 바다공기를 마음껏 쏘이며 더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억눌려 있던 온 몸의 기운이 명랑함을 되찾는다.
나는 아이처럼 즐거운 기분이 되어 발가벗은 몸으로 방안을 누빈다.
인간이 몸을 가리는 이유는 타인의 눈 때문인 것이니
타인의 눈이 존재하지 않는 이 곳에서
몸에게 마음껏 바다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주기로 한다.


맨몸으로 누워 바다를 보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데
그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자 그 사실을 실감하는 즐거움이 더 커
책을 읽는 일에 집중이 어려울 만큼이다.
하지만 그간 읽지 못했던 이책 저책 사이를 겅중겅중 건너다니며
책의 내용을 대강대강 파악하는 일도 충분히 즐겁다.
어디서도 누리지 못한 자유를 이곳 방 안에서 흠뻑 누릴 수 있다니
철저히 닫혀 있으면서도 활짝 열린 이런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니
이 특별한 공간과의 만남에 감사한다.


방안에 비치되어 있는 CD플레이어는 나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해준다.
원하는 음악을 이어폰이 아닌, 나를 감싸고 있는 공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니,
남들에게 방해될까 조그만 소리로 조심조심 듣는 것이 아닌, 방 안 가득 채워 들을 수 있다니,
작지만 큰 행복감이 나를 감싼다.
바다와 햇살과 음악과 책과, 그리고 나의 노트북과 카메라와 함께 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이로써 더 바랄 것이 없다..
